많은 사람들이 드로잉을‘손의 기술로 생각하지만, 진짜 핵심은 눈의 훈련에 있습니다. 드로잉에서 관찰력은 어떻게 길러질까요? 단순히 보는 행위를 넘어 새롭게 보는 법을 배우는 과정을 소개합니다.
1. 드로잉은 손보다 눈의 훈련이다
드로잉을 배워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느낍니다. 그대로 본 대로 그렸는데 왜 다르게 나올까?
이 의문은 대부분의 초보자들이 겪는 공통된 문제입니다. 사실, 이 문제의 핵심은 손이 아니라 눈의 오해에 있습니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세상을 보는것 같지만 실제로는 인식된 형태를 기억해두었다가 그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사람의 얼굴을 그릴 때 실제로는 코가 얼굴의 중앙보다 약간 아래쪽에 있지만 우리는 코는 얼굴의 가운데라고 인식하고 그립니다. 즉, 눈이 아니라 머리가 그리는 그림인 셈입니다. 드로잉의 첫 단계는 바로 이 관념의 필터를 벗겨내는 훈련입니다.
아카데믹 드로잉 교육에서 초점이 맞춰지는 것도 이 부분입니다. 학생들은 형태를 그리기보다 보는 법을 배웁니다. 선 하나를 긋기 전에 대상을 충분히 관찰하고 빛의 흐름과 비례, 공간의 깊이를 시각적으로 분석하는 습관을 들입니다. 이것이 바로 드로잉이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인지 훈련이라고 불리는 이유입니다.
2. 관찰력은 천천히 보는 시간에서 태어난다
오늘날 우리는 너무 빠르게 세상을 스쳐봅니다. 스마트폰 화면을 몇 초마다 넘기고 이미지는 흘러가듯 소비됩니다. 이런 시각 환경에서는 자연스럽게 정밀 관찰 능력이 약화됩니다. 하지만 드로잉은 그 반대의 세계에 속합니다.
드로잉을 할 때는 손보다 눈이 먼저 움직입니다. 그림을 그리기 전에 눈은 형태의 방향과 길이, 구조를 천천히 따라갑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시간이 느려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는 단순히 예술적 감상이 아니라 실제로 뇌의 집중력과 공간 인지 능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줍니다.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바 있습니다. 심리학자 베티 에드워즈는 저서 『The Right Side of the Brain』에서 드로잉이 좌뇌의 언어적 사고를 잠시 멈추고 우뇌의 시각적 사고를 활성화시킨다고 말했습니다. 즉, 사과라는 단어가 아니라 빛을 받은 사과의 실제 형태를 바라보게 되는 순간에 우리는 비로소 진짜 보기를 시작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찰의 태도는 그림 실력뿐 아니라 일상의 인식 방식까지 바꿉니다. 한 학생은 드로잉을 배우고 나서 일상에서 나뭇잎의 색이나 사람의 표정을 훨씬 더 세밀하게 보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관찰은 단지 그림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세상을 새롭게 인식하는 감각의 훈련이기도 합니다.
3. 관찰 훈련의 실제인 비교와 거리두기의 기술
드로잉 수업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말 중 하나는 비교해보세요 입니다.
좋은 관찰자는 하나의 형태를 절대 고립시키지 않습니다. 대상의 길이, 폭, 각도, 명암을 주변과 끊임없이 비교하며 상대적인 관계를 파악합니다. 예를 들어 눈이 코보다 얼마나 위에 있는지, 어깨의 기울기가 얼굴과 어떤 비율을 이루는지 등을 관찰하는 것이죠.
이러한 관찰의 비교법은 단순히 시각을 정확하게 만드는 것을 넘어 사고의 유연성을 길러줍니다. 실제로 많은 드로잉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보이는 대로 그리되 끊임없이 의심하라고 조언합니다. 관찰의 핵심은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고 계속해서 조정하고 다시 보는 과정에 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거리두기입니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가까이에서 형태를 너무 집착하게 되는데 일정한 간격을 두고 그림을 바라보는 습관이 관찰력을 높입니다. 거리를 두면 형태의 전체적 균형과 비례가 다시 눈에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결국 관찰력은 눈의 해상도가 아니라 사물과의 관계를 조절하는 태도에서 길러지는 것입니다.
드로잉은 결코 단순한 예술 기술이 아닙니다. 그것은 보는 법을 배우는 일, 다시 말해 세상을 새롭게 인식하는 훈련입니다.
우리는 익숙한 사물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잘 보지 못한 채 살아갑니다. 드로잉은 그런 시각적 습관을 멈추게 하고 눈앞의 세계를 새롭게 해석하도록 만드는 가장 단순하지만 깊은 행위입니다.
한 선을 긋기 전의 침묵, 관찰의 순간에 그 속에서 인간의 뇌는 세밀하게 깨어납니다.
그래서 드로잉은 여전히 손의 예술이 아니라 눈의 철학으로 남아 있습니다.
관찰력을 기르는 일은 곧, 세상을 다시 배우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배움의 출발점에 바로 연필 한 자루와 한 장의 종이가 있습니다.